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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슐라르.. | 20/06/04 11:40 | 추천 8 | 조회 243

맨발로 아프리카 종단한 썰 #7 : 밤에만난사람 +243 [3]

루리웹 원문링크 https://m.ruliweb.com/best/board/300143/read/47429705


 

저번글 요약

 

1. 묘지에서 축구하는거 봄

2. 중동, 아프리카, 유럽에서 축구 본 썰

3. 중동에서 축구보려면 총맞을 각오를 해야한다(?)

 

 

 

 


 

 

#밤에만난사람

 

 

 

 

 

 

 

모로고로 산에서 축구보고 뛰어댕긴 후 차타고 이동하다가 꼴리는대로 내려서 뛰는 펀쿨섹 여행이 시작됨 - 사진은 우리 운전기사님!-

재미는 있었음. 하지만 역시나 험난했으니... 이번 에피소드가 우리의 여행이 가장 잘 드러났다고 생각해서 써볼게.

 

 

차타고 가다가 뛰기 좋은 장소가 나옴 -> 내려서 뛰기 시작함

 

 

 운전기사님한테 구글맵을 보여주면서 20km 앞에서 대기하라고 부탁했음. 그리고 러닝시작!

 

 

 

헉헉

맨발여행이니까 맨발로 뛴다!


 

 

 

 

 

 

그런데 계속 뛰다보니까 해가져버림... 밤이 되었는데 진짜 한치 앞도 안보이더라구.

얼마나 어두웠냐면 앞에 닉이랑 칼이 뛰는걸 알지만 보이질 않았음. 달빛, 가로등 없으니까 그냥 암흑세계...

 

 

그래도 뛰었음 헉헉

여튼 그렇게 뛰는데 큰 갈림길이 나옴. 나는 그냥 직선으로 뛰었음.

 

 

 

 

근데 문제가 발생... 아무리 뛰어도 닉이랑 칼이 안보이는거야.

 

설상가상 핸드폰 배터리도 없어서 후레쉬도 못킴. 더 큰일난 건 핸드폰 신호 자체가 안잡혔음.

당연히 러닝하려고 내렸으니까 여권도 지갑도 없었음.

 

 

그래도 어쩌겠어... 일단 뛰는데 진짜 우주에서 뛰는것 같더라.

하늘이 땅같고 땅이 하늘같았음.

 

 

 

 

 

- 검정 배경이 아니라 실제로 찍은 사진이야...-

계속 뛰다보니까 진짜 되는 느낌이 들더라구.

아무것도 안보여서 핸드폰 후레시 켜서 뛰다가 배터리도 다닳았음.

 


그때 내가 뛰어오면서 작은 마을을 지나친 것을 기억함. 

그래서 그냥 마을에 가서 사람들한테 재워달라고 부탁해야겠다는 생각이 듦. 칼이랑 닉한테는 내일 연락하면 되니까.

그래서 반대로 뛰었음.




 

 

그렇게 얼마를 뛰었을까

 

신기한게 나중에는 어둠에도 적응이 되더라 뭔가 안보이니까 더 예민하게 됌.

사람 신체가 신기하더라고. 그렇게 계속 뛰는데 정말로 어둠 저 너머에서 뭔가가 있는 게 느껴짐.

 

 

 

 

하이에나일수도 있으니까.... 그냥 가만히 있었음

 

 

 

 

근데 그게 점점 다가옴.....

 

 

 

 

 

점점 가까이....

 

 

 

 

 

  

 

 

 

다행히 자전거를 탄 사람이더라고(허무~)

그래서 그 사람한테 물어봤음 무중구??? 이렇게 (무중구는 외국인이라는 뜻)

 

 

 

근데 그 사람이 말을 안하는거야

그래서 계속 물어봄 무중구? 무중구? 이러면서

 

그런데 갑자기 그 사람이 와구구구구굽구가구ㅏㄱ

이렇게 말하는거야. 그거 듣고 진짜 기절할뻔 했음.

 

 

엄청 놀라서 도망가면서 핸드폰 후레쉬를 호다닥 비췄음

 

 

 

 

 

 

비춰서 보니까 장애인이더라... 농아더라고.

예의가 아닌걸 알지만, 너무 놀라서 후레시를 얼굴 가까이 들이댔는데 눈이 멀었는지 반응이 없었음.

 

 

 

그래서 그냥 지나침.

 

 

 

그때 갑자기 걔가 뒤에서 소리지름 오! 이러고

 

 

!

 

 

 

진짜 아직도 잊을수가 없는게 어둠 속에서 딴 소리를 들으니까 진짜 빌딩처럼 크게 느껴짐.

장애인을 다시 쳐다보니까 내가 향하던 방향(마을 방향)의 반대로 손을 가만히 들고 있더라고.

 

또 한번 오 !! 이렇게 외치더라 그러더니만 갈길 가더라고.

 

 

 

그래서 혼자 한참 생각하다가 그 사람이 알려준 방향으로 뛰어봄.

 

 

 

근데 거짓말처럼 얼마 안뛰고...겨우 칼이랑 닉 만날 수 있었음.....

반가워서 울뻔했다.

 

 

이게 이렇게 라이트하게 적으려니까 삘이 안사는 거 같아서

내가 이건 그때 쓴 일기를 옮기는 게 나을거 같아서 찾아왔음

 

 

 

 

그는 또다시 !”라고 외쳤다. 팔은 여전히 내리지 않은 채로. 시간은 이때다 싶었는지 상대적으로 흘러가고... 마치 수십 분이 지난 것 같이 느껴지는 몇 분이 흐르고 나서 그는 아주 천천히 팔을 내린 다음 느릿하게 자전거 페달을 밟아나갔다.

.

느린 속도로 자전거가 나를 지나치자마자 어둠이 그를 순식간에 삼켜버렸다.

.

나는 꼼짝 않고 그의 행동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다가 한 번 속아보는 기분으로 내가 향하던 반대편, 그러니까 그가 올린 팔의 방향으로 전진했다.

.

그리고 거짓말처럼 몇 분 후, 땀을 비오듯이 흘리며 아프리카에서 동양인을 찾고 있는 두 백인을 만날 수 있었다.

.

둘이 내 어깨를 잡고 흔들며 도대체 어디에 있었냐고 물어봤지만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둘을 만난 안도감보다 외려 몇 분 전에 만난 그 외눈박이 농아가 마음에 남아 미소 지을 수도 없었다.

.

그의 청회색 눈과 천천히 내렸던 팔, 빨간색 비니와 낡은 옷... 어쩌면, 어쩌면 내가 조금 전 아프리카를 순찰하던 *목부牧夫의 신을 우연히 마주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불쑥 들었기 때문이다.

*헤르메스 : 여행, 나그네의 신

  

 

 ㄷㄷㄷ

오늘은 쫌 길었네 쏘리!

 

8부 계...

 

정주행해주는 분들 감사합니다.

 

1화 : 

https://m.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47212705?search_type=member_srl&search_key=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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