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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베인띠.. | 24/07/21 18:34 | 추천 34 | 조회 21

스압) 어느 디스토피아 소설속에서 영어에 한 짓 +21 [13]

루리웹 원문링크 https://m.ruliweb.com/best/board/300143/read/66936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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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세계관의 세상은

3개의 초거대 독재국가들이 세계를 삼분할하여

지배하는 세상이다.


그 중 오세아니아는 아메리카 대륙 전체, 영국,

아프리카 남부, 호주와 뉴질랜드가 영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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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아니아는 영사(영국사회주의, Ingsoc)를

지배이념으로 떠받드는 당과

그들의 가상인물 겸 화신인 빅브라더가 통치하는

사회로 영어가 공용어로 쓰이고 있다.


집집마다 사생활을 감시하는 텔레스크린이라는

장치를 설치해 음성, 이미지, 진동까지

기록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속마음까지

들여다 볼 수 없음을 알고 있는 당은


신어(新語 Newspeak)라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문법, 단어체계로 영어를 가공하여

개개인의 의식과 사고관까지 지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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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신가, 난 작가 조지 오웰.

지금부터 신어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인간을

탄압하는 사상과 연결되는지 알려주겠네.

 

신어 문법의 첫번째 특징은 모든 동사의 과거형과

과거분사형을 '-ed'로 통일했다는 것이지.


가령 steal(훔치다)의 원래 과거형은 stole이고

think(생각하다)의 과거형은 thought이지만

stealed, thinked로 통일해버렸어.


swam(수영했다), gave(주었다), spoke(말했다)와

같은 형태의 단어들은 다 소멸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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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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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명사단어들의 불규칙한 복수형은 전부

모든 '-s'나 '-es'를 붙여버려 통일했지.


men(인간들), oxen(황소들), lives(생명들)은

mans, oxes, lifes가 되어버렸어!






끼요오오오오오오오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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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기뻐할 일이 아니라고...

언어 자체의 다양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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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바이킹에 버금가는 업적!

영어의 단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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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설명하자면 신어는 조금 전의 복수형처럼

모든 어휘를 최대한 단순화하는게 특징이지.


부정의 의미를 위해 모든 단어 앞에 'un-'을,

강조를 위해서는 'plus'를 붙여서

다양한 상태를 표현하는 어휘를 없앴단다.


춥다, 쌀쌀하다, 선선하다, 차디차다 같은

말들은 전부 cold로 통일되고


'춥지 않다'는 'uncold'

'더 춥다'는 'pluscold'

'매우 춥다'는 'doublepluscold'

로 표현하는 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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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단순하긴 한데 단순한 걸 넘어서

좀 없어보이기도 하네요.


이런 식으로 언어를 쓰면

자기가 느끼거나 생각하는대로 표현하기가

매우 어려울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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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신어의 목적이란다.

신어는 목적성을 띄고 일부러 당과 빅브라더가

창조해낸 언어이기 때문에

단어 하나하나에도 이미 의도가 들어있어.


가령, free는 명사나 형용사로서

자유의 뜻이 있었지만 이 단어는

1984 세상에서 더이상 자유의 의미로 쓸 수 없다.


그나마 가능한 사용법이라고는

'The bed is free from lice.(그 침대에는 이가 없다.)'

와 같이 아주 제한적으로만 쓰이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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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라는 뜻이 빅브라더의 독재체제를

부정하는 단어니까 제한을 둔 거군요?


그럼 자신들의 체제에

반대되는 다른 단어들도 제약이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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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거야. free라는 단어는 완전히 없앨 수

없다고 보고 그나마 남겨둔 운이 좋았던 사례야.


그 외에 민주주의, 도덕, 정의 같은

단어들은 아예 사전에서 증발해버렸어.


이 단어들은 오직 crimethink(사상죄)라는

단어로 모호하게 통합되었는데

이미 그 자체로 그런 개념들이

죄악이라는 당의 의지를 담고 있지.


사람들은 신어를 통해 무엇이 이단적인

사상인지를 개념적으로는 알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알 수 없고

추구할 수도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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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설을 읽어보면

겉으로 보기엔 열렬한 당원들 중에서도

당의 지배에 대해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품고 있다는 묘사나 암시가 있지 않나요?


그런 사람들이 계속 조금이라도

존재한다면 빅브라더에 대한

불만의 생각을 이어갈 수 있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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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 불만이 불만으로만 그치고

구체적인 저항의식으로 발전할 수 없다는거지.


'빅브라더와 당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독재세력이며,

절대다수의 노동자와 하급당원들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


라고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말을 신어에서는 표현할 수 없어.


개인, 자유, 권리 같은 단어는 이미 없고

억압이나 제한한다는 복잡한 말은 단순화 했으니까.


기껏해야 신어로 노동자나 하급당원이 생각할 수 있는

불만은 'Big brother is doubleplusbad(빅브라더는 두배 더 나쁘다)'

같은 못 알아들을 어린애의 짜증 정도에 불과하게 돼.


빅브라더가 왜 나쁜지, 어떻게 나쁜지, 얼마나 나쁜지를

떠올릴 수 있는 단어가 없어졌으니

그저 '나쁘다'라고만 두루뭉술하게 생각하게 되고


그걸 설령 다른 당원이나 노동자와 얘기하더라도

그 자체로 어떤 논쟁거리로 더 발전시킬 수 없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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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이면 빅브라더 이전 시대를

경험하지 못했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이후의 신세대들은 완전히 당의 의도대로

언어와 사고가 점령당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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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더 암울한 건 그 전까지는 그나마

당도 신어를 문서나 책의 문어체에서만

사용할 뿐 개개인의 실생활의 구어체까지는

적용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신어가 완전히 완성되면

구어체에도 적용하여 모두를

완벽한 바보로 만들거라는거지.


신어는 그 특유의 단순화로 인해

말을 기관총처럼 빨리 쏟아낼 수 있지만

이는 곧 생각을 거칠 필요도 없이

말한다는 뜻이니까.






그래도 복수형과 과거형을 통일한 건

여전히 개쩌는거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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