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게 실시간 커뮤니티 인기글
종합 (4302598)  썸네일on   다크모드 on
aespaKar.. | 24/08/22 17:25 | 추천 15 | 조회 47

도시로 떠난 아들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홀로된 어머니.jpg +47 [6]

루리웹 원문링크 https://m.ruliweb.com/best/board/300143/read/67337702


img/24/08/22/191792f25b351a42.png


'이번 추석엔 집에 오니?'
돋보기를 쓰고, 아들 사토루에게 보낸 LINE을 다시 읽어본다.
일주일이 지났지만 화면에는 읽음이라는 작은 글자만 표시돼 있다.
냉장고 안에서는 혹시나 사둔 수박과 맥주가 허탈하게 식는다.
일본 고교 야구 실황중계 목소리만 울리는 단독주택은 혼자 지내기에는 너무 넓다.

'역시 사토루군은 됨됨이가 다르네'
'정말 장래가 기대되네'
군마 지방대졸 교사와 지방고졸 전업 주부라고 하는 평범한 유전자로부터 태어났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아들이었다.
엄마 친구가 칭찬할 때마다 으쓱해졌다. 마에바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역으로 도쿄대에.
깔린 레일을 어려움없이 나아가는 사토루의 등이 자랑스러웠다.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취직은 어떻게 할 거니? 현청? 군마은행? 변호사 사무소도 좋겠네'.
사토루가 대학교 3학년일 때의 여름.
별 생각 없이 한 말이었지만 그때 사토루의 흐린 표정은 지금도 선명하다.
익숙치않은 도시에서 무리하는 것보다 네게는 돌아갈 장소가 있다는 걸 가르쳐준 것일 뿐인데.


img/24/08/22/191792f27bd51a42.png


액센뭐뭐라는 이름없는 회사에 취직해도 사토루에게는 사토루의 인생이 있다고 납득은 했다고 생각한다.
추석과 설날밖에 얼굴을 비추지 않아도 건강하면 그만이라고 스스로에게 타일렀다.
한 가지 후회가 있다면 며느리 고르는 법을 알려주지 못한 것이다. 그 여자만 아니었다면...지금 생각해도 분통이 터진다

'아침부터 밤까지 보육원에 맡겨지고 엄마와 함께 있지 못해서 불쌍하네'
첫손자가 태어난 해에 별생각없이 흘린 말이 기분에 거슬린 것 같았다.
명문대를 졸업한 커리어우먼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돌도 안지난 아이를 내버려두고 일할 필요가 정말로 있었던걸까.
그런 주제에 초등학교부터 입시니 영어니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걸 보면 육아를 뭐라고 생각하는건지.

사토루도 사토루였다.
아파트를 샀다고 하기에 '매립지에 세운 고급 아파트라니 위험하다, 언젠가 폭락한다, 고층은 유산 위험도 높다'고 알려줬는데도 노골적으로 싫은 내색을 하고 있었다.
못된 며느리가 부추겼는지 어느덧 우란분재와 연말에도 집에 들르지 않게 되었다.
남편이 먼저 떠나 홀로 사는 어머니가 불쌍하지도 않은건지.





img/24/08/22/191792f299451a42.png


문득 바깥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매미 울음소리와 함께 아이의 웃음소리가 창문 너머로 흘러들었다.
옆집인 쿠리하라(栗原)네 댁이다. 손주들이 놀러왔는지 신나고 즐거운 모습이 전해진다.
나도 모르게 기웃거려보니 마당에는 미끄럼틀이 달린 비닐풀이 설치돼 있었고 바비큐 그릴까지 늘어놨다.

사토루의 동급생이었던 쿠리하라네 타케시군은 장난꾸러기 아이로 항상 선생님에게 혼나고는 쿠리하라 씨까지 학교에 불려가곤 했었다.
고교 중퇴 후에도 일정한 직업을 가지지 못해 '사토루군 손톱때라도 달여먹이고 싶다' 며 부러움을 샀었다.
그게 다 뭐라고.
지금 타케시군은 갱생하여 훌륭한 아버지가 되었고 근처에 살며 자주 놀러오고 있다.

수영장에 물을 다 채웠는지 미끄럼틀을 타는 소리가 들렸다.
유리창 너머로 들리는 쿠리하라씨 손자들의 환성이 거실을 가득 채우자 고독이 확실한 질량을 가지고 밀려왔다.
나는 도대체 어디서 잘못된 걸까.
사토루에게 무엇을 기대했던 걸까.
내가 정말 원했던 건 이런 결말이 아니었는데...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img/24/08/22/191792f2b8951a42.png


TV 속에서는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고교 야구선수들이 흙투성이가 되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낳은 결말입니다!"

흥분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가슴에 사무쳤다.
맞아, 아직 끝이 아니야.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야.
마음을 먹고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떨리는 손으로 다이얼을 눌렀다.


'저기, 경찰이죠? 옆집 소음이 너무 심해서요. 정원에 풀장을 만든 것도 민폐인데 바베큐 연기까지 심해서 불이라도 날 것 같아요.
그 집 망나니 아들이 끌고다니는 미니밴도 노상주차를 해놨는데 어떻게 좀 안되나요?
네, 바로 와서 주의 좀 해주세요. 아, 제 이름은 말하지 말고요. 주소는' (완



[신고하기]

댓글(6)

이전글 목록 다음글

67 8 9 10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