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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ITIVE.. | 24/09/12 22:41 | 추천 1 | 조회 526

이유없이 펑펑 울었던 기억... +193 [7]

SLR클럽 원문링크 m.slrclub.com/v/hot_article/1283844

23년전 즈음...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책장사를 해본적이 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예전에는 책을 방문판매식으로 판매를 많이 했죠..

20대 후반 IMF시대에 일자리가 없어서 뭐라도 붙잡고 해야 한다는 강박심에 요상한? 구인광고에 꼬여서 해본일이 어린이 도서 방문판매였습니다. 정말 내키지 않았지만 형평상 놀수는 없었기에 다른 일이 생기기 까지 하는 것으로 하고 시작했습니다..

설문조사왔다는 핑계로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가서 몇가지 질문후 어머님 아이에게는 이런 책이 필요하다는 말로 꼬드겨서 책을 판매하는 것인데 그 당시 부모님들도 자기 아이 교육을 위해 책은 잘 사주셨던 같습니다.

주로 몬테소리, 삐아제, KBS교육 교재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어느날은 12월의 추운 부산의 안창마을에서 주례로 넘어가는 산골 달동네에서 영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주 허름한 슬레트 지붕집이었고 단칸방에 조그마한 부엌하나 딸린 집인것 같았습니다.

똑똑 노크하고 계시냐고 문의후 누구냐고 묻길래 여느때와 같이 설문조사 왔다고 대답하니 문을 열어주시네요.
유리로 된 문을 옆으로 여니 한방안에 이불하나에 4남매가 옹기종기 말똥말똥 모여서 저를 보고 있었습니다.

일제히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더군요.. 제일 큰 아이가 7살 정도이고 제일 어린아이는 겨우 앉아 있을정도..
근데 그 아이들 표정이 너무 천사같았습니다. 전부다 방긋방긋 웃고 있었고 아이들 엄마도 너무나 따뜻한 미소를 뛰면서 저를 맞이해 주시면서 추운데 고생많으시다고 ...

다 쓰러져가는 슬레트 지붕아래 살림살이도 정말 없어 보이는 그 5식구가 한이불에 앉아서 하하호호 있었던 흔적.. 그리고 간식으로 먹었던것 같은 설탕발린 누룽지와 삶은 감자...

이제 막 돌이 지났는지 모를 막내로 보이는 애기가 저를 보고 빵실빵실 하고 웃어보이는데 차마 그 집에서는 제가 책을 팔러 왔다는 말을 꺼내지 못하겠더군요..

그냥 어버버 몇가지 물어보는척하고 안녕히 계시라고 하고 나서는데 아이들이 일제히 안녕히 가세요라고 합창을 하는데 나오면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밖에 나와서 다시 걷는데 금새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그자리에 주저 앉아 펑펑 울었습니다.
없는 형편이지만 옹기종기 화목하게 모여있는 아이들이랑 그 아이들 엄마의 따뜻한 마음씨와 미소에 그 당시 힘든 시절을 보내던 저에게 위로가 된다는 느낌이랄까 만감이 교차되던 ..

그때 흐르던 뜨거운 눈물이 아직도 느껴집니다..
그렇게 10분정도 있다가 조그마한 슈퍼에 들어가서 제가 가지고 있던 돈 전부였던 2만원정도 과자를 사서 그 집에 맛있게 먹고 건강하게 크기를 기원했습니다.

아직도 그아이들 미소를 잊지를 못합니다. 너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그 이후 저도 악착같이 살아왔던것 같습니다.

지금도 길 가다가 조그마한 아이들 보면 너무 귀엽고 이쁩니다. 한참을 쳐다보기도 하고요. 아이 엄마들이 저를 오해할까봐 걱정이기는 합니다.

그때 왜 그리 별일도 아닌것 같은데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네요. 평생에 그렇게 울어본적이 없는것 같습니다.
제 딸아이는 아빠는 눈물이 많다고 하네요..ㅋㅋ

지금의 중학생 딸아이... 다시 3~4살때로 돌아갈수 없겠니 !!!! 이 웬수 덩어리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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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딸아이 머리핀은 니콘동에서 10년전 즈음에 나눔받았던 것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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