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찐 고양이와의 점심을 기억해본다
역시나 특별할 일 없던 오후
빈둥거리던 그녀의 늘어진 뒷덜미를 부여잡고
집밖으로 나가 한참을 걸었다
황량한 들판에 그녀를 놓아주자 뒤뚱거리는 몸으로 코끝을 세우고
도도히 몇발자욱 걷는가 싶더니 이내 지쳐 배를 까고 드러누워
앞발로 털을 다듬다 혀를 낼름거렸다
더이상 움직일 생각이 없나 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그자리에 주저앉아 먹다남은 사료를 뿌려놓고
그녀 한 입 나 한 입,
다정히 우물거렸는데
그녀의 뽀얀 흰털과 관능적인 수염의 자태에 취해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기습 뽀뽀를 핥탔던 거고
그녀는 놀랬는지 날카로운 어퍼컷으로 내 면상에 기스를 내고야 말았다
'망할 년'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멍멍거렸고
그녀 또한
'미친놈'이라고 야옹거렸다.
아니 '개새끼'라고 하는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둘의 관계는 급속도로 안좋아졌고
그날 그 점심은 그렇게 쫑이 나고야 말았다.
그날의 개판으로 나는 목줄을 또다시 감야야 했지만
그녀는 천성이 도둑년이라 눈치를 살꼼히 보며
여전히 자유롭고 기세등등하게 짬밥통을 휘저으며 입술에 김칫국물을 묻혔다
나를 가소롭게 바라보는 섹시한 자태로 말이다
유유히 담벼락으로 사라져가는 그녀를 바라보며
원망 반 아쉬운 반,
'꺼엉...'
한숨 섞인 신음소릴 뱉어본다
그녀와 다시 점심을 먹을 수 있을까?
[0]
아픈사장 | 00:32 | 조회 3[0]
취집 | 00:23 | 조회 13[0]
꿀방관 | 00:22 | 조회 11[0]
영등포중앙파행동대장 | 00:19 | 조회 10[0]
휴먼토크 | 00:18 | 조회 11[0]
탄산칼슘 | 00:15 | 조회 3[0]
홍길동 | 00:08 | 조회 5[0]
귀접 | 00:06 | 조회 8[0]
취집 | 00:05 | 조회 5[0]
마음에항상기쁨 | 00:02 | 조회 6[0]
윤두환장군 | 00:02 | 조회 7[0]
Gygudfx | 00:02 | 조회 6[0]
인생은외모가전부다 | 00:02 | 조회 4[0]
맨체스터유나이티드 | 00:01 | 조회 4[0]
이성적낙관주의자 | 00:01 | 조회 4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