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가 아직 영국령 말라야 연방이었던 시기의 이야기임
2차대전이 끝나고 소련이 초강대국으로 급부상함과 동시에 중국이 국공내전에서 승리하면서 동남아엔 공산주의가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는데
마찬가지로 반공을 유지하던 영국 입장에서는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가 공산화되는 걸 목격하면서 말라야도 공산주의가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판단했음
아니나 다를까 1948년 중공의 지원을 받은 말라야 연방의 중국계 화교들을 중심으로 말라야 공산당이 결성됐고
이윽고 말라야 공산당은 말라야 인구의 22%를 차지하는 중국계 공산주의자들을 중심으로 말라야 민족해방전선(MNLA)를 결성하며 영국에 독립전쟁을 선포하게 됨
즉각 영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모든 언론과 시위를 막아 공산주의의 전파를 막으려고 했지만, 말라야 공산당은 공산당의 18번 레퍼토리인 영국으로부터의 독립과 계급제 폐지, 재산 공동분배를 외치며 말레이시아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려고 했고
실제로 영국은 2차대전이 끝난 지 얼마 안 됐던 때라 지구 반대편 동남아에까지 병력을 파견할 여력은 되지 않았기 때문이 충분히 승산은 말라야 공산당에게 있어 보였음
꼴 보기 싫은 영국 놈들 쫓아내주는 것도 모자라서 부자 놈들까지 배때지를 쑤실 수 있다?
이런 천금같은 기회가 눈앞에 다가온 말레이인들의 선택은
ㅈ까 였음
말레이시아를 갔다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말레이시아는 예나 지금이나 인구의 대다수가 이슬람교를 믿을 정도로 독실한 이슬람 국가였는데
공산주의는 이슬람을 비롯한 모든 종교를 금지해버렸던 지라 말레이인들은 공산주의에 자연스럽게 반감을 가지면 가졌지 우호적인 사람은 이슬람을 믿지 않는 화교들 외엔 거의 없었음
더군다나 말레이시아는 역사적으로 믈라카 술탄국 시절부터 경제의 대부분을 화교가 장악해버린 상황이었던 지라 말레이인들은 항상 상류층인 화교들에 비해 2등 신민에 가깝게 살아왔는지라 화교에 대한 반감이 강했는데
그 ㅈ같은 화교들이 증오스러운 공산주의까지 들고 와서 말레이 민족주의 운운하며 독립을 운운한다?
말레이인들에게 말라야 공산당은 '영국으로부터 해방시켜주는 해방자'가 아니라 '저 짱1깨 새끼들이 기어이 우릴 지배하려 하는 구나!'라는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었음
당연히 인구의 대다수인 말레이인들은 말레이 공산당에게 격하게 반발했고
이를 기가막히게 캐치한 영국은 말라야 연방 측에게 니들 우리 도와서 빨갱이들 쫓아내주면 독립 시켜준다며 딜을 걸어서 말라야 연방의 여론은 완전히 반공으로 기울어짐
결국 말라야 비상사태라고 일컫어지는 12년의 내전 끝에 말라야 공산당은 완전히 괴멸되며 전쟁은 말라야 연방의 승리로 끝나게 되고
영국은 약속대로 1963년 말라야 연방의 독립을 승인하며 말레이시아 연방이 탄생하게 됨
댓글(32)
영국이 약속을 지켰다는 거에서 초희귀 케이스인데
요즘 자본주의의 문제점이 대두되면서,
그리고 소련이 무너진지 수 십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가보지 않은 길인 '공산주의'에 환상을 가지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미 한 번 겼어봤는데도 그 자본주의보다도 영 아니란 것에서 생각을 다시 해 봤으면 합니다.
요즈음 '식민지 출신이 공산주의자를 선택 안하면 배반자'라는 일종의 밈도 돈 적이 있었는데,
우리나라가 이런 현재의 기조가 된 것도 정확히 정 반대의 이유니까 말이죠.
미국이 일제도 패망시키고 북한에 같이 맞서 싸웠는데,
느닷없이 쳐들어와 칼을 꼽은 북한과 공산주의를 믿는 건 더 이상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