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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젠다로.. | 24/08/29 18:21 | 추천 12 | 조회 51

웹소설 때문에 결국 성당 미사 보고옴 +51 [12]

루리웹 원문링크 https://m.ruliweb.com/best/board/300143/read/67427721



초딩때는 독실하게 다녔고,


하다못해 신부님 도와서 미사 진행하는 복사일까지 했었는데


가족 따라 이민가면서 자연스레 성당 안다니게 되고 귀국하고서도 마찬가지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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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거 읽다가 너무 뽕이 차서 결국 저번주 어릴적 다니던 성당까지 버스타고 가서  거의 14년만에 아침미사 보고옴...


이번주에도 갈 거 같진 않지만 어쨌든 좋은 경험이었다



작가가 기독교에 어느 정도 면식이나 관련 지식이 있는 사람한테 뽕을 너무 잘 주입해...


보다가 살짝 눈시울 시큰해져서 울 뻔함








"그냥 우스운 줄은 압니다만...영적인 존재를 고작 흙으로 빚어 만든 사람이 걱정하는 것이 말도 안되는 것을 압니다만...괜찮으십니까?"

 

"예?"

 

"그냥, 저는 처음에 당신께서 저를 구하셨을 때를 떠올렸습니다."

 

롤리의 눈에는 아직도 선했다.

 

웬 암살자들이 달려들자 그분께서 팔을 뻗어 그를 구하고, 대신 수없이 쏟아지는 칼날의 세례를 맞으며 몸을 세우던 그때의 광경을 아직도 눈앞에 그릴 수 있었다.

 

다른 이들은 너무나 멀리 있었기에 보지못했겠지만.

칼로 그분을 찌른 이들은 너무 흥분해서 보지못했겠지만.

그는 보았다.

 

칼로 찔릴 때마다 그분의 손끝이 떨리고 있었음을.

그분의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가 다시 풀리고 있었음을.

 

그렇다. 그분께서는 고통을 느끼신다.

 

그분은 육신을 입은 천사시기에.

 

"혹시 천사께서는 사람의 고통이 경감되어 전해집니까?"

 

"...구주께서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실 때 당하신 수난에서 고통을 뺀다면 무슨 의미가 남겠습니까? 많은 값어치 있는 것은 고통을 뚫고 얻어지는 것이죠."

 

그분은 온전한 고통을 느끼신다.

살이 찢어지고, 뼈가 부서지고, 근육이 뒤틀리고, 내장이 헤집어지는 그 고통을 느끼신다.

 

"그런데도...가셨습니까?"

 

그 기나긴 거리를, 맨몸으로?

 

이번에 그분은 웃기만 하셨다. 그래서 롤리는 더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그 고통을 모두 겪으면서 어떻게 그리 하셨습니까? 그것이...당신에게 무엇을 남깁니까?"

 

"누가 선행을 하면서 무언가를 남기길 바라겠습니까?"

 

"사람은 그렇습니다."

 

그렇다. 

사람은 그렇다

 

"혹시 천사의 직분 때문이십니까? 천사이기에, 사람을 위해 봉사하도록 피조되셨기에 그 본성에 따르는 것이라면, 천사의 생이란 그 얼마나 끔찍하고 고통으로 가득 찬..."

 

"월터."

 

평소와 다르게 그분의 웃음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농담이라면 재밌는 농담이었습니다. 본인이 무역 회사를 가꾸고 있고, 해리엇처럼 훌륭한 수학자를 친구로 두었으면서 이런 간단한 산수 하나 풀지 못하시지는 않으시겠죠. 제가 고통받는다 했습니까?"

 

그분이 한 손가락을 펴서 롤리의 앞에 내민다.

 

"그렇습니다. 저 하나가, '잠시' 고통 받습니다."

 

"..."

 

다시 그분이 열 손가락을 모두 펴서 롤리의 앞에 내민다.

 

"고작 하나의 고통으로 수백의 목숨을 살릴 수 있습니다. 큰 이문을 남긴 것입니다."

 

"..."

 

"수백, 아니 수천 배의 이문입니다. 큰 이문을 남겼으니 기뻐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저, 저는..."

 

롤리는 감히 대답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자 그분은 웃었다.

 

"세상에는 길 잃은 양 한마리를 찾기 위해 하루종일 헤메고도 양을 찾아 즐거워하는 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수백 사람을 살리려 조금 애쓰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겠습니까?"

 

하나.

그리고 수백.

 

그 간단한 산수가 롤리의 말문을 막았다.

 

"이건 천사의 본성 같은 게 아닙니다. 이건 할 수 있으니까 하는 것입니다. 이건...

그냥 당연한 일이지요."

 

다시.

그 당연함이 롤리의 눈을 빛으로 멀게 하였다


"저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어째서 그리 크나큰 고통을 받아가시며 사람들을 구하십니까?

저는 아직도 그 '간단한 산수를 이해하지 못해 혼란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그는 구두칼을 품속 깊이 집어넣으며 말했다.


"이 타락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 중 그 누구도 당신께서 말씀하신 그 '간단한 산수'를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니 노아와 다니엘과 욥과 같은 사람이 다시 태어나 이 땅을 살아간다 하더라도 그를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어느새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듯하던 말투가 열변을 토하는 듯 바뀌었다.


"...그러나 저는 당신께서 무슨 말을 하실지 압니다."


"그렇습니까?"


"예, 물론입니다. 그 단순한 산수는..삶이 결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알고 이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말에, 당신의 입가가 살짝 올라간다. 자신감을 얻어 말을 더한다.


"그것은 알고 이해하여 푸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속에서 비추는 가장 원초적이고 고결한 빛을 통해 그 답을 드러내고 밝힐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맞습니까?"


침묵

그리고 미소.


그래, 그가 옳았다.

스승이 말하기를, 그가 옳았다고 한다.


"사람들은...말합니다.

당신께서 천사이시기에 그런 일들을 행하실 수 있던 것이라고, 당신께서 위대한 주님의 사자이기에 그런 지고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이시는 것이라고.

아닙니다. 어리석은 이들의 헛소리입니다. 당신께서 행하시는 모든 것은 사실 우리 역시 행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우리도 당신처럼 고결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당신과 같이 죽지 않는 육신을 가질 수는 없을지언정, 미래를 볼 수 없을지언정, 사람은 당신과 같이 고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자 당신이 하늘로 손가락을 들어올리며, 한마디를 더한다.


"...사람이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날 때에는 장가도 아니 가고, 시집도 아니 가고, 하늘에 있는 천사들과 같으니라."


마가복음 22장 25절.


"실로...그렇습니다."


고개를 숙여 답한다.


"우리 모두가 당신과 같이 숭고할 수 있습니다."


"되었습니다. 그것을 알았으면..."


"그러나 우리가 그러하지 않기에, 당신께서 고통 받으십니다."


그 말에 당신의 웃음이 살짝 줄어든다.


"사람이 추악하게 행하기에, 사람이 제 안의 고결함을 드러내지 않기에, 당신께서 고통받으시나이다."


"...저는 괜찮습니다."


그가 무릎을 꿇는다.


"제가 괜찮지 않습니다. 당신을 따르는 이들이 당신의 고통에 마음 아파합니다."


"..."


"그러나, 감히 제가, 감히 당신께서 살리신 제가, 어찌 당신께 고통받지 않기를 청하겠습니까?

어찌 감히 제가 당신께 사람을 살리지 말아달라 하겠습니까?

그러니..."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다.

어떤 불꽃이 두 사람의 영혼으로부터 타오른다.


"...다만 당신의 고통을 줄일 수 있게 하여 주십시오."


당신이 손을 내밀었다.


"다만...제가 당신의 곁에서 함께 행하겠나이다."


그가 그 손을 붙잡았다.


"사람이, 당신과 같이 고결하여질 수 있도록."


나의 모든 충성을.

나의 모든 정열을.

나의 평생을.


당신에게.


아,당신은 실로 인간의 모범으로 오셨나니.

당신은 실로 주님의 사자이십니다.

그렇게 그는 기도를 올렸다.

월터 롤리는 그 기도를 가슴에 다시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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